​'차가버섯, 오기남에게 물어봐'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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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의 암, 차가버섯

차가버섯은 차가버섯의 씨앗이라 할 수 있는 차가버섯균이 자작나무의 상처에 침투해서 뿌리를 내린 후 자작나무의 영양분을 빼앗아서 성장을 합니다. 자작나무 입장에서는 내 몸에 침투한 세균과 같은 나쁜 존재입니다.

우리 몸에 세균이 들어오면 우리 몸을 보호하는 면역 시스템이 이를 알아채고 세균과 전투를 벌입니다. 평소 면역력이 강하면 세균을 이겨내고 그렇지 못하면 병에 걸리게 됩니다.  

▲ 차가버섯균과 자작나무는 생존을 건 싸움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작나무에 뿌리를 내리려는 차가버섯균과 이를 막아내려는 자작나무 사이에는 목숨을 건 전투가 벌어집니다. 식물은 위기에 처했을 때 몸을 움직여 도망을 갈 수 없으니까 자기보호물질을 분비하는 방식으로 전투를 합니다. 자작나무도 차가버섯균을 없애기 위해 천연의 자기보호물질들을 분비하는데 이중 잘 알려진 것이 플라보노이드(flavonoid)입니다.   

사실 이 전투에서 승리자는 대부분 자작나무입니다. 그래서 차가버섯이 자라는 자작나무숲에 가보면 수백그루 중 하나 정도에서 차가버섯이 매우 드물게 발견됩니다.   

▲ 차가버섯은 자작나무 속에서 5~10년, 자작나무 밖에서 10~20년을 자란다

그런데 구사일생으로 차가버섯균이 살아남는데 성공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 차가버섯은 자작나무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자작나무 속에서 5~10년, 자작나무를 뚫고 나와 10~20년을 자작나무의 영양분을 빼앗아먹고 자라게 되는겁니다.   

간혹 한그루의 자작나무에 차가버섯균 두개가 자리를 잡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러나 차가버섯 하나가 자라려면 자작나무 한 그루의 영양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차가버섯도 하나만 살아남습니다.   

▲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차가버섯이 자작나무에세는 암과 같은 존재이다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차가버섯에 빼앗긴 자작나무는 결국 자신의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죽게 됩니다. 자작나무가 죽게 되면 차가버섯도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같이 죽어갑니다. 사람에게 자라는 암이랑 같습니다. 그래서 러시아 현지에서는 차가버섯을 자작나무의 암이라 부릅니다.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차가버섯이 자작나무 입장에서는 생명을 빼앗는 암과 같은 존재인 것입니다. 그래서 러시아에선 차가버섯을 먹을 때마다 자작나무에게 감사하란 말을 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