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버섯의 성장 과정

차가버섯의 씨앗이라 할 수 있는 차가버섯 균[菌]은 바람 등에 의해 인근 자작나무로 이동합니다. 자작나무 표면의 상처 등에 자리 잡은 차가버섯 균은 자작나무의 섬유 조직(셀룰로오스)과 목질 조직(리그닌)을 분해시켜 가며 자작나무 내부에 뿌리를 만들어갑니다. 뿌리의 길이는 1~2미터에 달하며, 이를 통해 자작나무의 목질ㆍ수액과 플라보노이드 등을 영양분으로 해서 차가버섯은 자작나무 내부에서 5~10년 정도 성장합니다. 이후 차가버섯은 자작나무의 껍질을 뚫고 표면으로 돌출되어 나옵니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차가버섯이란 이렇게 자작나무 껍질 바깥으로 돌출된 부분을 말하며, 영양분을 저장ㆍ보관하는 창고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차가버섯은 자작나무의 표면으로 돌출되어 나온 이후 10~20년을 더 자라납니다.
 

▲ 차가버섯 균이 자작나무의 상처를 통해 자작나무 내부에 자리 잡은 모습

▲ 자작나무 내부에 자리 잡은 차가버섯이 일정 기간 성장한 모습. 이때 차가버섯은 자작나무의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 나무 내부에 길이 1~2미터의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 차가버섯이 자작나무의 껍질을 뚫고 나무 표면으로 돌출한 모습. 우리가 보통 차가버섯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며, 영양분을 저장ㆍ보관하는 창고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차가버섯 균이 자작나무의 상처에 침투한다고 하더라도 쉽게 자작나무 내부에 뿌리를 내리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몸에 세균이 들어오면 이를 인식하고 면역 체계를 이용해 세균과 전투를 벌이는데, 평소 면역력이 강하다면 이를 쉽게 이겨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질병에 걸리게 됩니다. 자작나무 또한 자신의 몸에 침투한 차가버섯 균과 치열한 싸움을 벌입니다. 자작나무는 자기보호 물질인 플라보노이드 등을 분비하는 방식으로 차가버섯 균에 대항합니다. 만약 이 싸움에서 자작나무가 패배하게 되면 이때부터 차가버섯은 자작나무 내부에 긴 뿌리를 내리고 자작나무의 영양분을 빼앗게 되며, 제대로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게 된 자작나무는 그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어갑니다. 이러한 이유로 러시아 현지에서는 차가버섯을 ‘자작나무의 암’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 차가버섯이 뿌리를 내린 자작나무의 단면

자작나무와의 싸움에서 차가버섯이 항상 승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소 면역력이 강한 사람이라면 세균이 몸속에서 쉽게 자리 잡기 힘들 듯이, 건강하게 자라난 자작나무에는 차가버섯이 자리 잡고 자라나기 힘듭니다. 이런 이유로 험준한 산악 지대에서 자라는 튼튼한 자작나무에서는 차가버섯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차가버섯은 주로 평지의 자작나무에서 발견되며, 보통 수백 그루의 자작나무 중 하나 정도에서 발견됩니다.

일반적으로 버섯은 영양 기관인 균사체와 고등 식물의 꽃에 해당하는 번식 기관인 자실체로 구성됩니다. 차가버섯이 자실체인가 아니면 균사체의 덩어리인 균핵[菌核]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버섯은 ‘균류 중에서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크기의 자실체를 형성하는 무리의 총칭’으로 정의되는데, 차가버섯은 외형적으로는 자실체라 할 수 있으나 영양분을 저장ㆍ보관하는 영양 기관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