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북한산 차가버섯은 실체가 있는가 ?

현재 유통되고 있는 차가버섯의 주산지는 러시아의 시베리아 지역이며, 오직 북위 45도 이상의 추운 지방의 자작나무에서 자생하는 차가버섯만이 고유의 효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국내산, 북한산 차가버섯에 대한 환상은 주로 신토불이 논리에서 근거합니다. 기왕이면 우리 땅에서 난 산물이 우리 몸에 좋다는 것인데, 사실 모든 면에서 이를 적용하자면 상당히 비과학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

▲ 국내산 차가버섯 (출처 : 중고나라)

일단 품질은 논외로 하고 과연 국내산, 북한산 차가버섯이라는 것이 실체가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한국이나 북한에는 상업적으로 생산, 유통할 만한 수량의 차가버섯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차가버섯의 숙주인 자작나무 수량 자체가 충분하지 않고, 그 자작나무조차도 차가버섯이 자생하기 어려운 품종이기 때문입니다.
 
구 소련 시절 만들어진 《소련의 약용식물 자원 및 분포》라는 책자에 의하면, 러시아에 존재하는 수많은 자작나무 중 차가버섯은 "베툴라 펜둘라"와 "베툴라 푸베스켄스"에서만 주로 서식합니다.  두 종은 모두 평지에서 자라는 키가 큰 자작나무입니다. ​ 

▲ 자작나무 분포도 (소련의 약용식물 자원 및 분포)

드물긴 하지만 우리나라 강원도나 북한 지역의 숲 속에서 자생하는 자작나무는 주로 "베툴라 코스타타"(거제수나무)입니다. 또한 만주나 연해주 지역에 분포한 자작나무 종은 "베툴라 플라티필라"입니다. 이 두 종의 자작나무에서는 차가버섯이 거의 발견되지 않습니다.

간혹 차가버섯이 발견되더라도 혹한의 기후를 이겨낸 시베리아 지역의 차가버섯에 비해 수령이 길지 않고 품질도 좋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주산지인 시베리아 지역에 대량으로 존재하는 차가버섯에 비해 생산 가능한 수량도 훨씬 적고, 효능도 떨어지기 때문에 상업성이 전혀 없는 것입니다.
 
한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개마고원의 해발 1,000m 이상 지대에 자생하는 키 작은 자작나무가 있습니다. 키가 2~5m에 불과하며 난쟁이 자작나무라고 하는데, 북한 지역에서는 백두산자작나무라고도 불립니다. " 백두산자작나무에서 채취한 차가버섯"이라고 하면 한국인 입장에서는 충분히 환상을 가질만합니다.   

▲ 키가 작은 백두산자작나무 (출처 : 네이버 hky4989님의 블로그)

하지만 아쉽게도 백두산자작나무처럼 고지대나 깊은 산속에서 자라나는 키 작은 자작나무에서는 차가버섯이 거의 착생하지 못합니다. 자작나무가 너무 튼튼해서 차가버섯이 자작나무와의 투쟁에서 뿌리를 내리는데 거의 실패하기 때문입니다. 설사 착생에 성공한 차가버섯이 있다 하더라도 상업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일테고, 또한 키 작은 자작나무에서 자생한 차가버섯의 품질이 딱히 뛰어나다고 평가할만한 근거도 없습니다. 

그래서 시중에서 북한산, 혹은 백두산 차가버섯이라고 유통되고 있는 것은 사실상 실체가 없습니다. 또한 국내에서 차가버섯을 채취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법적으로 금지되고 실체도 없는 것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면 그것은 원산지 세탁의 가능성이 높고, 실제 원산지는 러시아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집니다. 원산지 세탁과정을 통해 지나치게 긴 유통 경로를 거치게 되면 차가버섯은 대부분 산화되어 영양분이 소실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국내산, 북한산 차가버섯에 대한 환상을 버리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