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은 암환자에게 꼭 필요한 정신운동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감정의 변화가 우리 내부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호흡이 이 흐름을 조절하는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정신운동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명상이 정신운동 이라고? 라는 의문이 드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의문 자체가 바로 구독자분들의 정신이 움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신은 의식, 생각 혹은 생각하는 뇌의 활동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우리가 깨어 있는 동안 혹은 잠들어 있을 때도 이 영역은 쉼 없이 움직입니다. 다만 우리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그 움직임을 인지하고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먼저 다음의 문장을 한번 보시죠.

그칠 데를 안 뒤에 정함이 있으니 止 -> 定
정한 뒤에 고요할 수 있고 定 -> 靜
고요한 뒤에 편안할 수 있고 靜 -> 安
편안한 뒤에 생각할 수 있고 安 -> 慮
생각한 뒤에 얻을 수 있다 慮 -> 得

이것은 대학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짧은 문장이지만 저는 여기에 우리가 살아가는데 무엇이 먼저 인가를 알려주는 중요한 교훈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와 명예 그리고 건강을 원합니다. 이것은 위 문장에서 말하는 얻는 것에 속하는 것일 겁니다. 금수저나 남다른 유전자를 타고 나지 않은 한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머리를 열심히 굴려 계획을 잘 세워야 합니다. 즉, 생각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생각을 잘 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편안해야 하고, 편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요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의 첫 출발이 바로 그치는 데서 시작합니다.

저는 이 과정이 우리의 행동은 물론이고 뇌속에서 일어나는 의식의 흐름 즉, 정신운동과도 관련이 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떤 상황이나 문제에 부딪쳤을 때 바로 정답을 얻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올바른 답을 얻기 위해서는 제대로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편안함과 고요함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편안하고 고요한 집중을 위해서는 먼저 생각의 흐름을 멈출 필요가 있습니다. 즉, 우리가 마주하는 수 많은 일상의 문제들에 좋은 답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적극적으로 생각을 멈출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암이나 치매와 같은 중병을 진단받거나, 인생의 큰 난관에 봉착했을 때 흔히 멘붕에 빠진다고 하지요. 멘붕에 빠진 상태에서는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고, 이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선택 때문에 훗날 큰 대가를 치르기도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난관에 부딪쳤을 때 정신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무너진 상태가 지속된다면 남은 삶 전체가 망가지게 됩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시작이 적극적이고 의식적으로 생각의 흐름을 잠시 멈추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정신은 끊임없이 떠오르는 부정적인 정보들에 잠식당하고 마침내 몸과 감정 그리고 삶 전체가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생각의 흐름을 멈춘다! 라고 했을 때 어떤 단어가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명상을 떠올리셨을 것입니다. 저는 명상이 바로 이 생각의 흐름을 멈추는데 효과적인 운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명상은 가장 효과적인 정신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상이 운동이라고? 하는 의문이 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명상은 아주 적극적인 운동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생각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뇌의 활동이 쉬지 않는다고 바꿔 말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쉬고 싶은 몸을 내 의지로 움직이는 것이 몸의 운동인 것처럼, 쉼 없이 움직이고 있는 생각을 멈추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 또한 방식만 다를 뿐 운동입니다.

현대인에게 명상과 같은 정신운동은 그 필요성과 중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에 비해 너무나 많은 자극에 감각기관들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정보들은 뇌에서 처리되어야 하는데, 너무 많은 정보 그리고 때론 정크푸드 같은 정보들까지 처리해야 하다 보니 뇌는 만성적인 과부하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런 상태가 되면 건강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뇌의 과부하 상태가 만들어낸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바로 만성피로와 예민함 그리고 불안입니다. 명상은 이런 증상에 빠진 현대인에게 매우 효과적인 운동입니다. 

명상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가부좌와 같은 특정한 자세를 잡고 앉아 있는 모습을 떠올리실 것입니다. 하지만 명상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 일상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할 수 있습니다.

저는 명상의 본질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자극을 최소화해서 뇌를 최적화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잠을 자는 것이나 멍 때리는 것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른 점은 명상은 내 의지로 하는 적극적인 운동이고 명료하게 깨어 있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뇌로 들어가는 정보는 감각기관을 통해 수집됩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그리고 학습을 통한 정보가 여기에 속합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안이비설신의 로 표현하는 육근이 바로 그것입니다.

명상을 할 때 특정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몸의 움직임을 멈춰서 몸이 일으키는 감각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입을 다물고 고요한 공간에서 천천히 숨을 쉽니다. 이 모든 행위가 바로 뇌로 정보를 전달하는 감각기관의 자극을 최소화 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동물이면서 너무 많은 자극에 길들여진 우리는 움직임을 멈추고 외부 자극이 완전히 사라지면 불안에 빠지게 됩니다. 이것은 마치 죽음과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편안한 음악을 틀기도 하고, 향을 피우기도 하고, 화두를 붙들고 있기도 하고, 기도문이나 주문을 외우기도 합니다. 때론 특정한 호흡을 하기도 하고, 종교적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뭐 한가지라도 외부 세계와의 연결을 만들어야 감각이 완전히 사라진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순되는 것 같지만 외부자극으로부터 뇌를 편하게 쉬게 하려면 도리어 최소한의 자극이 필요한 것이죠. 

이런 조건을 만들어 둔 후에는 그냥 편하게 그 상태에 머무르면 됩니다. 불편하기도 하고 온갖 상념이 떠오르겠지만 저는 그냥 그것을 그대로 두고 편하게 숨 쉬면서 가만히 있으면 된다고 봅니다. let it be let it flow입니다. 그러면 나머지는 뇌가 알아서 합니다.

물론 위대한 선승이나 명상의 대가는 더 높은 경지를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명상의 목적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 건강하게 일상을 살아가는데 있다고 봅니다. 그 이상의 경지는 운이 좋으면 받는 선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서 현대인에게 필요한 명상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그의 책 <몰입의 즐거움> 말한 FLOW, 즉 몰입의 상태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 어떻게 숨을 쉬는가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향을 피우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불필요한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벗어나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방법이 무엇이 되었든 그런 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내게 맞는 명상인 셈입니다. 

제가 환자들에게 권하는 참장을 서서 하는 명상운동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의 구조를 만드는데 집중하면서 편하게 호흡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몰입의 상태로 들어가게 됩니다. 직립의 구조를 강화하고 호흡의 깊이를 더하고 명상의 상태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참장이 현대인에게 매우 유용한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걷고, 달리는 것,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시는 것 그리고 춤을 추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는 것 이 모든 것이 나를 명상의 상태로 이끄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각기 성향이 다르므로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통해 하루 중 잠깐의 시간을 명상의 상태에 머물 수 있다면 좋은 건강을 유지하고 일상의 문제를 좀 더 부드럽게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늘까지 네 번에 걸쳐 운동의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그 내용을 정리하면

첫째, 운동은 몸과 감정과 호흡 그리고 정신의 움직임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둘째, 바로 서고, 오래 걷고, 가볍게 뛸 수 있는 것이 몸을 이용한 운동의 기준입니다.
셋째, 호흡운동은 그 자체로도 유용한 운동이고 감정반응을 조절하는데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마지막으로 생각의 움직임을 멈추는 명상은 가장 적극적인 운동이 될 수 있습니다.

내게 필요한 운동을 통해 좋은 건강을 오래 유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형찬 원장은 생각과 생활이 바뀌면 건강도 바뀐다는 신념을 가지고 서울 명륜동 다연한의원에서 환자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썼습니다. 본 칼럼의 내용은 유튜브 채널인 <암환자생활교실>에서 시청이 가능합니다. https://youtube.com/@ohkin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