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라면 호흡 운동이 필수입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할 때 몸과 감정 그리고 생각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말씀드렸고, 지난 시간에는 이 중 몸을 이용한 운동의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호흡운동과 감정적 스트레스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대형병원에 내원한 환자의 약 80% 정도가 자신의 병이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은 전혀 과하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본래 물리학의 용어이지만 의학적으로는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이나 조건에 처할 때 느끼는 심리적, 신체적 긴장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중 많은 현대인의 병의 원인이 되는 것은 바로 감정적 스트레스에 따른 심리적 긴장상태입니다. 암을 포함한 중한 병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몸과 마음의 건강이라고 말할 때, 마음에는 감정과 생각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생각과 감정은 서로 아주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 받는데, 그 상호작용이 아주 짧은 시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마음이라고 묶어서 표현합니다. 하지만 이 둘을 나누어서 접근할 때 우리는 보다 효과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 중 생각에 관해서는 다음 시간에 이야기하고, 오늘은 감정의 움직임을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할 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기분이 나빠” “기분이 좋아” “우울해” “슬퍼” “무서워” 라고 말이죠. 동양에서는 이런 인간의 감정을 7가지 패턴으로 분석하고, 칠정이라고 부릅니다. "기쁨, 분노, 고민, 우울, 슬픔, 놀람, 두려움”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감정 반응의 특징은 자극에 대해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나 음식이 눈 앞에 나타났다고 떠올려 보세요. 그 사람이나 음식이 왜 싫은지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기 전에 기분이 먼저 나빠집니다. 또한 눈 앞에 독사가 또아리를 틀고 있거나, 자동차가 달려든다고 생각해 보세요. 두려운 감정이 바로 들 것입니다.

감정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거의 동시에 자동으로 발생하고, 이렇게 떠오른 감정에 대해 우리는 생각이나 몸을 움직여 대응하게 됩니다. 감정반응이 이렇게 즉시적으로 나타나게 된 것은 아마도 일종의 생존전략 이었을 것입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되기 전, 사냥감인 시절이 있었습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여러 위험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이런 반응체계를 발달시킨 것이죠. 

그런데 지금은 이 시스템이 같은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데 쓰이고 있으니, 상당히 우울한 일입니다. 과거와 그 겉모습은 달라졌지만 맞서 싸울 것인가 빨리 도망갈 것인가,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와 같은 문제에 대해 우리는 순간적으로 반응해야 살아 남을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반응은 자율신경계가 담당합니다. 일일이 생각하는 뇌에 보고를 올리고 결제를 받기에는 늦기 때문에 순식간에 반응하는 것이죠.

한의학에서는 일곱가지 감정이 우리 몸의 기의 흐름에 변화를 가져온다고 봅니다. 감정에 따라 기의 흐름이 바뀌고, 이에 맞춰 신체 반응이 발생한다고 여깁니다. 분노의 기의 흐름을 위로 치밀어 오르게 만든다고 하는데, 우리가 화가 나면 머리 뚜껑이 열린다고 표현하는 것을 떠올리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슬픔은 기를 깎아내듯 소모시킨다고 하는데, 슬픔에 젖은 사람이 식음을 전폐하고 수척해지는 것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또한 극도의 공포를 느끼면 소변이나 대변을 지리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보고 두려움은 기를 아래로 내려가게 만든다고 해석합니다.

이처럼 각각의 감정은 몸 속 흐름에 변화를 가져오고 이런 흐름들이 적절한 시점에 균형을 히복하지 못하고, 너무 강하게 발생하거나 반복되고 지속될 경우 병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 한의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병의 이유입니다. 가볍게는 등에 담이 결리는 것부터, 암과 치매까지 영향을 줍니다.

감정에 따른 스트레스로 병이 났을 때 이 기의 흐름이 막힘 없이 흐르고 균형을 회복하면 건강을 회복한다고 봅니다. 스트레스로 잠을 못자고 소화가 안될 때, 일시적이라면 수면제나 소화제를 복용해도 되지만, 반복된다면 불편한 증상이 일어나게 된 몸의 흐름을 바로 잡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병의 치료는 물론이고 내가 왜 병이 나게 되었는가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감정에 따른 기의 흐름을 조절하는데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호흡입니다. 화가 났을 때 씩씩거리며 숨을 쉬고, 걱정이 있을 때 한숨을 푹푹 쉬는 것처럼 감정에 따른 기의 흐름은 호흡에 변화를 가져옵니다. 

그런데 우리 몸의 모든 반응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이므로, 역으로 좋은 호흡을 한다면 기의 흐름을 바로 잡을 수 있고, 이를 통해 감정에 의한 스트레스 반응의 연쇄폭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감정적 스트레스를 안받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따른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잠시 떨어져서 그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죠.

우리 속담에 참을 인자 세 번이면 살인을 면한다고 했는데, 저는 마음 속으로 참을 인자를 떠올리면서 호흡을 가다듬는 짧은 시간이 나를 구한다고 해석합니다. 실제로도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차분한 호흡 한두번이 그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된다고 합니다. 

운동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평소에 꾸준히 훈련을 하는 것처럼, 스트레스 상황에 숨을 잘 쉬기 위해서는 평소에 숨쉬기 운동을 해야 합니다. 천천히 깊이 그리고 충만하게 숨을 쉬는 것은 그 자체로도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하고 몸의 순환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고, 스트레스 상황에 처했을 때 빨리 그 상황을 알아차리고 균형을 회복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위험한 상황이나 감정적 스트레스에 빠졌을 때 좋은 호흡을 떠올리고 몇 번의 좋은 숨을 쉴 수 있다면, 위기를 벗어나거나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빠져 나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가 환자들에게 권하는 참장도 좋은 방법이지만, 오랜 기간 검증된 안전하고 효과적인 다양한 호흡법들이 있습니다. 본인의 성향이나 여건에 맞는 방법을 선택해서 꾸준히 실천한다면 어떤 약보다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만성질환이나 암과 같은 중병에 걸려있는 환자분들이나 평소 감정적 스트레스에 자주 노출되는 분들이라면 호흡운동을 하길 권합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형찬 원장은 생각과 생활이 바뀌면 건강도 바뀐다는 신념을 가지고 서울 명륜동 다연한의원에서 환자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썼습니다. 본 칼럼의 내용은 유튜브 채널인 <암환자생활교실>에서 시청이 가능합니다. https://youtube.com/@ohkin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