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식사의 기준을 제시합니다

앞선 글에서 암은 적응의 결과물이고, 암의 시작과 울증의 관련성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제가 생각하는 암과 음식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인간은 외부로부터 영양을 섭취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암을 비롯한 중한 병의 경우에는 좋은 영양을 섭취하는 것은 병의 치유와 좋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뭘 먹으면 좋다, 뭘 먹으면 좋지 않다라는 식으로 음식에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구체적인 정보가 유용할 수도 있지만, 때론 나와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작은 것을 중시하다가 정작 더 중요한 큰 원칙을 놓치기도 합니다.

암의 종류에 따라 좋고 해로운 것으로 증명된 식재료에 관한 내용들은 이미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어쩌면 저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세부적인 내용보다는 암과 음식에 관해 좀 더 기본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나무도 보고 숲도 볼 수 있어야 길을 잃지 않는 것처럼, 음식에 관한 기준을 세운 후에 내가 알고 있던 지식에 적용한다면, 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음식을 선택할 때 첫 번째 기준은 식재료의 건강입니다.

발도로프 교육의 창시자로 유명한 루돌프 슈타이너는 어느 해 겨울, 지역 농부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요즘의 식재료는 인간의 의식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이끌어 줄 힘이 부족하다.”

슈타이너의 이러한 비판은 지금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식재료의 종류와 그것이 함유하고 있는 유용한 성분에만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정작 본질적인 것을 놓치게 됩니다. 바로 식재료도 하나의 생명이라는 것입니다.

병든 몸을 치유하기 위해 먹는 음식의 재료가 부실하거나 병들어 있다면 우리가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식재료에는 책에 적힌 효능을 낼 만한 성분들이 충분히 함유되어 있지도 않을 것입니다.

식재료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고, 건강한 상태에서 섭취할 때, 우리가 원하는 영양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여러 단계의 가공과정을 거친 음식은 가장 피해야 할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건강한 식재료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식재료의 제철을 아는 것입니다. 제철을 맞은 식재료는 좋은 영양과 에너지를 품고 있을뿐더러,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제철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재래시장이나 로컬푸드마켓을 이용하면 좋습니다. 물론 농약이나 중금속과 같은 유행한 요소는 주의해야겠지요.

제철의 식재료를 알아가고 이것을 이용한 건강한 조리법을 익히면 더 좋습니다. 공격적인 치료를 받는 단계라면 주변의 도움을 받도록 하고, 치료 후에 일상을 유지하면서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는 단계라면 본인이 배우고 익히는 것을 추천합니다. 건강한 식재료와 알맞은 요리법을 안다면 얼마든지 맛있고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기준은 열량의 제한입니다.

암의 본질은 세포가 죽지 않고 무한히 증식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세포 차원에서는 끝없이 생식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이 생식의 신호를 끄고 생존의 신호를 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을 먹는가 만큼이나 얼마만큼 먹는가도 중요합니다. 넘치는 열량은 우리 몸 안의 환경을 인슐린 저항성과 만성 염증 상태로 만듭니다. 세포들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는 생존에 불리한 환경이 되는 것이죠.

여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조금 부족한 듯 먹는 것입니다. 수입이 부족하면 살림을 알뜰하게 하듯, 조금 부족한 듯 먹으면 세포들은 생존을 위한 노력을 하게 됩니다.

열량은 제한하되, 몸에 필요한 다양한 영양을 섭취해서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들을 잘 길들여야 합니다. 좋다고 알려진 것 또한 과도하게 섭취하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기준의 연장선에서 혈당을 빨리 올릴 수 있는 음식은 가능한 적게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정제된 탄수화물이나 당류입니다. 본래 식재료가 가진 좋은 영양은 잃고 열량만 남은 상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음식들은 빠르게 혈당을 올리게 되는데, 많이 분들이 아시는대로 혈당의 급속한 상승과 저하가 반복되다보면 앞서 이야기한 세포의 인슐린 저항성과 만성 염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정상세포의 기능에는 불리하고, 무한증식의 본능만 남은 암세포에게는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마지막 기준은 식사습관입니다.

무엇을 얼마만큼 먹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먹는가도 매우 중요합니다. 암의 종류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암환자의 신체기능은 저하되어 있고, 소화기능 또한 영향을 받습니다. 수술과 약물 그리고 항암치료와 같은 표준치료를 받거나 받은 이후에는 더욱 그렇겠지요.

소화는 외부의 음식물을 우리 몸이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게는 입에서부터 위와 장을 거치면서 일어나지만, 좀 더 넓게 보면 음식을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요리의 본질 중의 하나는 맛을 더하는 것도 있지만, 소화가 잘 될수 있는 형태로 조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식재료를 그것이 품고 있는 영양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간단한 조리과정을 거쳐 음식을 만듭니다. 이 때 가능한 너무 자극적이거나 기름지지 않도록 해야 편하게 소화가 되겠지요. 또한 소화를 도울 수 있는 향신료나 양념을 더하면 좋을 겁니다. 

그리고 입에서 충분히 씹고 천천히 음식을 먹도록 합니다. 이것은 많은 암환자 분들이 실천하시고 계실 겁니다. 저작과정은 음식을 잘게 부수기도 하고 침의 분비를 촉진해서 소화에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천천히 먹다보면 식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도 있고 과식을 방지할 수 있습지요.

식사를 마친 후에는 움직일 수 있다면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배를 손으로 살살 문지르면서 천천히 10분 정도 걸으면 위장운동에 도움이 됩니다.

폭식과 과식을 피하고 식사 후에 바로 눕거나 잠들지 않는 것은 다들 잘 실천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무엇을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지에 관해 설명드렸습니다. 이 내용들은 어쩌면 이미 다 잘 알고 계실 내용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말씀 드리는 것은, 병이 중할수록 특별한 한가지 보다 기본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말씀드린 내용들을 기준 삼아 한번쯤 내가 먹는 음식과 식사습관을 점검해 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김형찬 원장은 생각과 생활이 바뀌면 건강도 바뀐다는 신념을 가지고 서울 명륜동 다연한의원에서 환자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썼습니다. 본 칼럼의 내용은 유튜브 채널인 <암환자생활교실>에서 시청이 가능합니다. https://youtube.com/@ohkin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