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랜 기간 암환자가 가장 먼저 해야만 하는 것으로 ‘암을 굶겨라’를 주장했습니다. 백일의 혁명 첫 번째 필수과목이라는 이름을 붙였죠.
내용은 단순합니다. 탄수화물(당질)의 섭취를 줄여서 식후 혈당이 치솟는 정도와 시간을 줄이고, 포도당을 주된 먹이로 삼는 암의 먹이 보급로를 좁히는 것입니다. 혈당이 낮게 유지되면 인슐린도 덜 분비됩니다.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이면서 세포의 성장 신호를 켜는 호르몬이기도 해서, 인슐린이 덜 나올수록 암의 성장을 자극하는 신호도 줄어듭니다. 저는 오랜 기간 이 원칙을 조언해 왔고, 대부분의 암환자분들께 효과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혈당과 당화혈색소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분들의 의지가 부족하거나 식단을 몰래 어겨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성실하게 식단을 지키는 분들이 많습니다. 굉장히 답답한 상황이죠.
이렇게 열심히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혈당이 떨어지지 않는 환자분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비만하거나 지방간이 있는 환자분들입니다. 두 번째는 근육이 없는 마른 환자분들입니다. 겉으로 보면 정반대인데 결과는 똑같이 "혈당이 안 떨어진다"로 나타납니다. 내 몸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 모르겠다면 공복 인슐린 수치를 확인하십시오. 혈당 수치가 같더라도 공복 인슐린 수치가 높으면 비만, 지방간형입니다.
그럼 이 두 부류의 환자분들에 대한 특성과 해결책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백일의 혁명 ‘암을 굶겨라’에 대한 부록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유형: 비만, 지방간형, 병적인 인슐린 저항성
이 유형은 간에 지방이 끼어 있고 내장지방이 많으며 만성 염증이 있는 분들입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인슐린이 나와도 세포가 제대로 반응하지 않습니다. 이를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합니다. 세포가 반응하지 않으니 혈당은 내려가지 않고, 췌장은 혈당을 낮추기 위해 더 많은 인슐린을 만들어냅니다. 그 결과 혈당이 높은데 인슐린도 높은 고인슐린혈증이 됩니다.
인슐린이 암세포의 성장 신호를 켜는 호르몬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이 상태가 암환자에게 얼마나 위험한지 분명해집니다. 혈당이 높아 먹이가 넘치는 데다 성장 신호까지 계속 켜져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당뇨를 '작은 암'이라고 부르며 당뇨가 있는 암환자는 당뇨부터 잡아야 한다고 말씀드려 온 이유도 같습니다. 당뇨는 그대로인데 암만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분들은 그동안 제가 얘기해온 탄수화물 섭취 제한을 더 엄격히 실천하여야 합니다. 다른 분들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탄수화물과 칼로리를 더 엄격하게 제한하고 소식해야 합니다. 밥은 반 공기 이하로 철저히 제한하되 현미잡곡밥을 꼭꼭 씹어 드시고, 밀가루와 가공식품, 식후 과일과 디저트는 철저히 끊어야 합니다. 간식과 야식도 끊으십시오. 하루 한 끼 무당식, 식전 야채 먼저 먹기, 약간 배고픈 상태에 익숙해지기 같은 암을 굶기는 '핫식스' 원칙도 모두 그대로 적용하십시오.
운동은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함께 합니다. 유산소 운동은 중성지방을 태우는 데 도움이 되고, 근력운동은 근육을 늘려 인슐린 민감성을 높입니다. 식후 30분 이내에 걷기를 시작하면 식후 혈당 스파이크도 줄여줍니다. 이 유형의 목표는 혈당 숫자 외에도 내장지방과 중성지방, 허리둘레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숨이 헐떡일 정도의 무리한 운동은 암과 싸울 체력을 고갈시키니 체력의 절반만 쓴다는 원칙은 여기서도 지켜야 합니다.
두 번째 유형: 근육이 없는 마른 환자
이 유형은 어떠한 이유로든 근육량이 매우 부족한 분들입니다. 식후 혈당을 흡수해서 낮춰주는 핵심 창고는 간과 근육입니다. 간의 저장 용량은 일정하므로 실제 혈당 조절의 열쇠는 근육이 쥐고 있습니다. 골격근은 식후 포도당의 70~80%를 소비하는 기관입니다.
근육이 부족하면 포도당을 받아줄 창고가 사라지고, 아주 적은 양의 당이 들어와도 혈당이 높아지고 잘 내려가지 않습니다. 혈당이 안 떨어진다고 식사량을 줄일수록 근육이 빠지고, 근육이 빠질수록 혈당은 더 안 떨어지는 악순환이 됩니다.
그래서 이분들에게는 반대의 처방이 필요합니다. 탄수화물과 칼로리를 아주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없습니다. 줄인다고 혈당이 낮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밥은 반 공기를 바닥선으로 지키되 더 줄이지 마시고, 줄인 밥만큼 반찬을 늘려 전체 식사량은 유지하십시오. 혈당을 올리는 음식은 절제하되, 먹는 총량은 채워야 합니다.
대신 단백질을 늘려야 합니다. 단백질은 한 끼에 20~30g 정도를 목표로 삼으십시오. 근육 합성은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으므로, 한 끼에 몰아 드시지 말고 세 끼에 나눠 드시는 편이 낫습니다. 한 끼 20~30g은 달걀 2개와 두부 반 모, 또는 생선 한 토막과 낫또 한 팩을 곁들이는 정도로 채울 수 있습니다. 평소 말씀드린 대로 고기로 배를 채우지 말고, 달걀, 두부, 콩, 생선, 무가당 두유 같은 식품을 중심으로 하십시오. 근감소가 심하거나 항암 치료로 체력이 크게 떨어진 때에는 동물성 단백질 비율을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식사만으로는 근육이 늘지 않습니다. 근력운동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맨몸 스쿼트, 벽 짚고 뒤꿈치 올렸다 내리기, 가벼운 밴드나 아령으로 시작하십시오. 하체 근육은 인체에서 가장 큰 포도당 창고이면서 심장을 돕는 펌프이기도 합니다. 여기서도 체력의 절반만 쓰는 원칙을 지키십시오. 운동을 마쳤을 때 한 번 더 할 여력이 남아 있어야 하고 피로가 남아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체중을 지켜야 합니다. 암환자는 BMI 23 전후일 때 예후가 가장 좋으며, 대략 키에서 100을 뺀 체중입니다. BMI 20 이하에서는 예후가 매우 좋지 않으니 이 선은 필사적으로 지키셔야 합니다. 수술이나 항암으로 체중 감소가 예상된다면 미리 체중을 조금 늘려두는 것이 좋습니다. 암환자는 암 때문이 아니라 영양 부족으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육이 늘기 시작하면 같은 양의 밥을 먹어도 식후 혈당이 덜 오르게 되는데,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 몇 달을 내다보고 꾸준히 하십시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및 교육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 진료, 또는 치료를 대신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