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나면 가장 먼저 생기는 변화가 "평생 먹어야 하는 약"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갑상선을 전부 또는 일부 떼어냈기 때문에 몸에서 만들어지던 갑상선 호르몬을 약으로 채워 줘야 하는데, 그 약이 바로 씬지로이드(성분명: 레보티록신)입니다.
퇴원할 때는 "아침 공복에 드세요" 정도만 듣고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집에 와서 이런저런 음식들을 앞에 두고 이걸 먹어도 되나 하는 고민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서울아산병원 김태용 교수님의 영상과 미국 보훈부의 자료 등을 참고해서 씬지로이드를 막 시작한 분들이 일상에서 자주 부딪히는 고민들을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
씬지로이드의 복용 방법이 까다로운 이유
씬지로이드는 용량이 아주 미세하게 설계된 약입니다. 혈중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조금만 어긋나도 피로, 두근거림, 체중 변화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갑상선암 환자는 재발을 막기 위해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치 즉 TSH 수치를 일반인보다 낮게 유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약이 얼마나 일정하게 흡수되느냐가 치료의 일부가 됩니다.
그런데 이 약은 위와 소장에서 흡수되는 과정이 예민해서, 위장 안에 다른 음식이나 미네랄이 있으면 약이 그것들과 결합하거나 흡수 통로를 방해받아 효과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무엇을 먹느냐"만큼 "언제 먹느냐"가 중요합니다.
기본 원칙은 아침 공복, 그리고 30분에서 1시간
씬지로이드의 복용 원칙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공복 상태에서 충분한 물과 함께 약을 삼키고, 아침 식사나 다른 음료는 최소 30분에서 1시간 뒤에 하는 것입니다. 핵심은 매일 같은 방식으로 먹는 것입니다. 어떤 날은 공복에, 어떤 날은 식후에 드시면 흡수율이 날마다 달라져서 피검사 수치가 흔들립니다.
모닝커피는 약 먹고 30분에서 1시간 뒤에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약을 먹고 바로 커피를 마시는 것입니다. 카페인 음료, 특히 진한 커피는 레보티록신의 흡수를 떨어뜨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커피를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약을 물과 함께 먼저 먹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 지난 뒤에 드시면 됩니다. 녹차 같은 다른 카페인 음료도 같은 원칙으로 보시면 됩니다.
철분제와 칼슘제는 최소 4시간 간격
영양제 중에서 가장 확실하게 조심해야 할 것이 철분과 칼슘입니다. 이 성분들은 씬지로이드와 장에서 결합해 약이 몸에 흡수되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아침에 씬지로이드를 먹었다면 철분제와 칼슘제는 최소 4시간 이상 띄워서 점심이나 저녁 식후에 드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같은 이유로 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이 들어 있는 제산제와 위장약도 시간 간격을 둬야 합니다. 종합비타민이나 멀티미네랄 제품에도 철분, 칼슘, 마그네슘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으니 성분표를 한 번씩 확인하여야 합니다. 위산 분비를 줄이는 위장약(PPI 계열 등)을 오래 드시는 분은 씬지로이드 흡수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담당 의사나 약사에게 꼭 알려야 합니다.
우유, 두유, 콩 제품, 식이섬유도 시간 간격을 두세요
우유와 유제품은 칼슘이 풍부하고, 두유와 콩 제품은 대두 성분이 흡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해외 연구를 정리한 논문에서도 커피, 콩 제품, 식이섬유, 칼슘과 철분 보충제에서 레보티록신 흡수가 줄어든다고 보고합니다.
그렇다고 이 음식들을 평생 피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침에 약을 먹고 1시간 정도 지난 뒤에 식사로 드시면 대부분 문제가 없습니다. 두유를 약과 함께 마시거나 약을 먹고 바로 마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호두, 자몽(주스), 식이섬유 보충제, 현미나 잡곡 위주의 고식이섬유 식사도 약 복용 직후에는 피하는 편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역, 다시마, 김은 먹어도 될까요: 요오드에 대한 오해
갑상선 환자에게 가장 혼란스러운 주제가 요오드일 겁니다. 갑상선 호르몬의 재료가 요오드이다 보니 "해조류를 먹으면 안 된다", 반대로 "많이 먹어야 한다"는 말이 동시에 나돕니다. 이에 대해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한국인이 일상 식단으로 먹는 김이나 미역국 정도는 과도하게 피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의해야 할 것은 비정상적으로 농축된 요오드입니다. 다시마환, 고용량 요오드 보충제, 건강식품으로 파는 해조류 농축 제품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제품은 갑상선 기능을 교란할 수 있으므로 의료진과 상의 없이는 드시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는 경우
여기서 꼭 구분해야 할 상황이 있습니다. 수술 후 재발 위험이 있어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입니다. 이 치료는 남아 있는 갑상선 조직이나 암세포가 방사성 요오드를 잘 흡수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치료 전 약 2주 동안 요오드 섭취를 제한하는 저요오드식을 하도록 안내합니다. 이 기간에는 미역, 다시마, 김 같은 해조류와 요오드가 많은 식품, 요오드가 들어간 영양제 등을 엄격히 피해야 합니다.
전절제 수술을 받았다면 칼슘과 비타민 D도 확인하세요
갑상선 바로 뒤에는 칼슘 조절을 담당하는 부갑상선이 붙어 있어서, 수술 후 일시적으로 혹은 영구적으로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손발 저림이나 입 주변 감각 이상, 근육 경련이 나타날 수 있고, 혈중 칼슘이 낮아집니다.
이런 분들의 경우 의사가 칼슘제나 활성 비타민 D를 처방합니다. 이 약을 임의로 끊으시면 안 되는데, 한편으로 칼슘제는 신지로이드 흡수를 방해하는 약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분들은 신지로이드는 아침 공복에, 칼슘제는 식사와 함께 점심이나 저녁에 먹는 식으로 4시간 이상 간격을 두는 스케줄이 필요합니다.
참고 자료:
- 대한내분비학회 '내 몸의 호르몬 밸런스' 김태용 교수편
https://youtu.be/7RRgnuY4mMc?si=hrZNLt3IWPtG2V-B
- Wiesner A. 외, "Levothyroxine Interactions with Food and Dietary Supplements" (PMC, 2021)
- 미국 보훈부(VA) 영양 교육 자료 "Levothyroxine and Diet"
- 국가암정보센터, 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등의 방사성 요오드 치료 전 저요오드식 안내
* 오기남 대표가 평소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는 건강관리에 대한 유익한 정보나 글을 요약, 정리한 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출처의 원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및 교육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 진료, 또는 치료를 대신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