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환자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절대원칙

췌장암은 여러 암 중에서도 치명률이 가장 높은 고약한 암인데요. 갑작스레 췌장암 진단을 받고 이곳저곳 췌장암에 대한 정보를 살펴보면 온통 우울한 얘기뿐입니다. 아주 초기인 경우에만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수술이 가능할 뿐 나머지 치료는 완치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분 본인이나 가족분들 입장에서는 정말 애가 탈 수 밖에 없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췌장암을 성공적으로 이겨내고 이전의 건강을 회복한 분들이 꽤 많습니다. 실제 제가 인연을 맺은 분들 중에도 병원 치료가 힘든 상황이었지만 오랜기간 건강을 유지하고 계시는 췌장암 환자분들이 여럿입니다. 희망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가 췌장암 환자분들을 뵐 때마다 투병 기간 중 절대 원칙으로 생각하고 실천하시라 말씀드리는 것은 바로 ‘췌장을 쉬게 하라’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지? 또는 췌장을 어떻게 쉬게 하지? 란 생각이 드실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절대 원칙이란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다른 어떤 노력을 해도 이 노력을 안하면 아무 소용이 없고 이 노력을 하게 되면 다른 노력이 저절로 결실을 볼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고 췌장 전체가 암에게 지배받는 것은 아닙니다. 3기, 4기, 말기 췌장암이라 할지라도 오히려 암에 비해 우리편 정상 조직의 수가 많고 세력이 강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즉 암이 발생한 췌장은 암에게 이미 빼앗긴 땅이 아니라 암과 정상 조직이 생존을 건 전투를 벌이고 있는 현장입니다. 우리편 정상 조직이 잘 싸우도록 돕고 응원해야 합니다. 

단순 개념의 면역력을 올려주는 것만으로는 이미 발생한 췌장암을 통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인체 전체의 면역력과 항상성을 강화하는 노력과 더불어 당장 전투가 벌어지는 공간인 췌장에서 암을 공격하고 억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췌장 스스로 암과 잘 싸울 수 있도록 췌장의 생물학적 건강성을 회복하고 췌장의 체력을 확보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암에 걸려도 췌장은 쉴 수가 없습니다. 힘들고 지치고 암에 시달려도 열외가 될 수 없습니다. 인체 전체의 생존을 위한 췌장의 고유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암에 저항하여 치열하게 싸워야 할 췌장의 정상 조직이 이런 고유 업무에 시달린다면 암과의 싸움은 결과가 뻔합니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췌장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것입니다. 장기 특성상 아무 일도 안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가능한 적게 일을 하면서 체력을 확보하여 암과의 싸움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췌장을 쉬게 하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이제 췌장의 고유 업무가 무엇인가를 알아야 합니다. 췌장이 하는 모든 기능에 신경을 쓰기는 힘듭니다. 췌장의 핵심 업무에 집중합니다. 바로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과 소화액인 췌액을 만들고 분비하는 것입니다. 췌장이 인슐린과 췌액을 만드는 수고를 가능한 덜어주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인슐린은 올라간 혈당을 내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미리 만들어 놓고 필요할 때 꺼내서 쓰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만들어 사용합니다. 식후 혈당을 높이는 음식을 절제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들, 가공식품, 단순탄수화물, 과일 같은 것들이죠. 밥도 줄여야만 합니다. 만약 당뇨 때문에 경구용 혈당강하제를 복용한다면 인슐린 주사를 사용하는게 좋습니다. 

췌장에서 만들어내는 소화액인 췌액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소화에 모두 관여를 합니다. 음식의 종류와 관계없이 많이 먹고 자주 먹는다면 췌장은 쉴 틈이 없습니다. 과식, 폭식을 피하고 소식해야 합니다. 간식도 끊어야 합니다. 췌액은 탄수화물 분해효소인 아미라아제, 단백질 분해효소인 트립신, 지방 분해효소인 리아파제 등 많은 효소가 들어있습니다. 이러한 소화 효소를 외부에서 공급해주면 췌장이 효소를 만들어내는 부담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단순 면역력을 올려주는 것만으로는 이미 발생한 췌장암을 통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췌장의 정상 조직 스스로 암을 공격하고 억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췌장이 쉬어야 합니다. 췌장의 핵심 업무인 인슐린과 췌액을 생산하는 부담을 줄여주면 췌장은 생물학적 건강성을 되찾고 체력을 확보해서 암과의 싸움에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췌장암 환자분들께서 성공적으로 암을 이겨내고 완전한 건강을 회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