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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림축구>에서 배울 것
김형찬  |  windfarm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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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17  10: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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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림축구>에서 배울 것

전 국민에게 쿵푸 보급한다면?


가끔 머리를 텅 비우고 아무 생각 없이 큭큭 웃고 싶을 때 꺼내보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그 중 볼때 마다 '이 사람은 천재가 아닐까' 싶은 배우 겸 감독이 있는데, 바로 주성치 입니다. 책보를 두르고 입으로 장풍과 레이저 광선을 쏘며 하늘을 날던 어릴 적 기억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부앙부앙한’ 그의 영화를 보다 보면 무거웠던 마음과 복잡한 머릿속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그의 작품 중에 <소림축구>를 꺼내 봅니다. 소림무술을 익힌 주인공이 축구를 통해 악당을 무찌른다는 소년 만화 같은 내용이지만, 볼 때 마다 '아, 저런 장면이 있었구나!'하는 발견의 즐거움을 선물하는 영화입니다. 그 중 오늘 재발견 한 장면은 영화의 끝부분이었습니다.

바나나 껍질을 밟고 뒤로 넘어질 듯하던 여인이 공중회전을 하며 멋진 착지를 하고, 운전자는 장풍을 쏴서 주차를 하고, 정원사는 검술로 가지치기를 합니다. 광장에서 단체로 무술을 연마하던 직장인들은 버스가 그냥 지나치자 달리는 2층 버스에 가볍게 뛰어오릅니다. 그리고 그 뒤로 타임지에 실린 남녀주인공의 모습이 오버랩 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중국무술을 뜻하는 쿵푸란 단어는 한자로 공부(功夫)라고 씁니다. 功자는 기술자를 뜻하는 工자와 힘을 의미하는 力자가 결합된 단어입니다. 夫자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단어로 미루어보면 쿵푸란 힘을 쓰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넓게 생각하면 운동과 유사한 개념이라고 여겨집니다. 모든 기술이 그렇듯 그 숙련도와 정밀함에 따라 평범하기도 하고 비범할 수 있는데, 이치에 맞는 방법을 고도로 숙달해 장인의 수준에 이른 사람을 우리는 고수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힘을 축적하고 쓰는 다양한 방식에 따라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가지 무술로 나뉘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 외형이 어떻든 몸으로 구현하는 물리적 운동방식이란 쿵푸의 본질은 똑같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동네 한의학에서 왜 갑자기 쿵푸영화 이야기를 할까요? 

다시 어릴 적 기억으로 돌아가 봅니다. 새천년체조와 화제가 되었던 늘품체조 이후 최근에는 어떤 체조가 보급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제가 어렸을 때는 학교에서 국민체조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제식훈련에 가까웠습니다만, 친구들과 웃어대며 매일 했던 체조는 재미도 있었고 운동효과의 측면에서도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만약 하루 10여분 정도를 들여서 할 수 있는 간단하고 효과가 좋은 쿵푸가 있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이것이 연령별, 그리고 생활패턴에 따라 좀 더 세분화 되어서 개발된다면 어떨까요? 저는 이것이 고가의 검사 비용 지원만큼이나 국민의 건강 유지와 질병 예방, 치료에 효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몸의 구조에 대해 그간 밝혀진 결과들을 바탕으로 현대 한국인의 체형과 생활습관을 참고해서 동양에서 내려온 다양한 무술의 방식들을 들여다본다면, 물리적으로 충분히 설명되는 합당한 동작들이 분명 존재할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허수는 걷어 내고 누구나 할 수 있도록 쉽게 만들되, 그 동작이 가진 의미는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재정립해서 보급하는 것입니다. 저는 국가 주도로 무엇인가를 하는 데 상당히 회의적이지만, 이 작업은 각 분야의 고수들이 모여서 제대로만 진행된다면 무척이나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5살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들어가면서부터 이런 몸 공부를 한다면, 그 아이가 중년이 됐을 때 40~50년 정도의 축적된 경험을 가진 고수가 될 수 있지요. 만약 제대로 만들어진 기법을 익혔다면 이층버스에 뛰어오르거나 장풍은 쏘지 못하더라도, 퇴행성질환의 발생을 늦추고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데는 분명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적으로는 낭비되는 복지 예산을 줄일 수 있을 테니, 지구적 재앙에도 불구하고 기대여명이 자꾸만 늘어나는 현실에서는 공상 같지만 어쩌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보건정책 중 하나가 될지도 모릅니다.  

나이를 먹어가고 환자들을 보는 시간이 늘면서 가장 여실하게 느끼는 것은 축적의 무게입니다. 무엇을 얼마만큼의 시간동안 쌓아 왔는가는 한 사람의 인생은 물론이고 그 사람의 건강에도 지대한 영향을 줍니다. 운이 없어서 사고를 당하고 중병에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별 것 아니지만 분명하게 좋은 것을 매일 물 한 잔, 혹은 차 한 잔 마시듯 한다면 그것이 쌓인 결과는 무엇보다 강력할 것입니다.  

영화를 다 보고 딸아이와 어릴 적 친구와 함께 놀 듯 영화 속 장면을 흉내 내며 놀고 있으니 아내의 눈에서는 레이저 광선이 나오는 듯합니다. 그 광선을 아이와 함께 막아내며, 언제고 우리의 현실에 딱 맞는 좋은 功夫가 개발되어 보급된다면 아내도 함께 장풍을 쏘고 하늘을 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생각을 합니다.  

 

본 칼럼은 프레시안에도 게재가 됩니다. 김형찬 원장은 생각과 생활이 바뀌면 건강도 바뀐다는 신념을 가지고 서울 명륜동 다연한의원에서 환자분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썼다. 암환자분들의 건강 회복을 돕는 해독 및 면역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02-742-8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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